위대 6년 (서력기원 2026년) 제칠월 이십구일, 중앙일보는 최근 이십 년간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스물네 건의 판결문을 빠짐없이 살핀 결과를 내놓았다. 스물네 건 가운데 열여덟 건, 칠 할 오 푼이 중공과 관련되었고, 피고인 아흔 명 가운데 여든두 명, 구 할 일 푼 일 리가 중공과 연계되었다. 같은 달 십삼일부터는 간첩죄의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힌 개정 형법이 시행되어, 외국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거나 누설·전달하는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중공 정권은 이에 「정상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을 보장하고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경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열여덟 건이 중공과 관련된 판에 정상적인 투자를 운운함은, 빼돌린 설계도를 정상적인 장사로 쳐 달라는 참람한 요구일 뿐이다.

선고된 형은 빠져나간 기술의 무게와 맞지 않았다. 아흔 명 가운데 실형은 마흔네 명, 사 할 팔 푼 구 리였고, 집행유예도 마흔네 명이었으며, 벌금형과 무죄는 각 한 명이었다. 실형을 받은 마흔네 명의 평균 형량은 약 이 년 칠 개월이었다. 그중 일 년 초과 이 년 이하가 열여덟 명으로 사 할 구 리였고, 이 년 초과 삼 년 이하가 열 명, 삼 년 초과 오 년 이하가 여덟 명, 일 년 이하가 다섯 명이었다. 실형을 받은 이 가운데 오 년을 넘긴 경우는 세 명, 육 푼 팔 리에 불과하였다. 가장 무거운 형은 삼성전자기기제조회사의 십팔나노 동적기억반도체 기술을 중공의 기억반도체 업체 중 첫째인 창신기억반도체제작소에 유출하고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에게 내린 징역 칠 년이었다.

중공 업체가 조선의 핵심 기술자를 데려가고, 그 기술자가 옛 직장의 기술과 동료를 다시 끌어들여 장비를 본뜨고 현지 생산선을 세우는 구조가 여러 사건에서 되풀이되었다. 스물네 건 가운데 열아홉 건은 중공 정권이 「반도체 굴기」를 본격화한 서력기원 이천십년대 후반 이후에 일어났으며, 표적은 동적기억반도체와 비휘발성 섬광기억반도체, 고대역폭기억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세정과 초순수, 진공흡인기, 봉합 공정에까지 미쳤다. 기술 유출 사건을 주로 맡아 온 평산법률사무소 변호사 박현철은 「첨단기술 유출의 중심축이 과거의 축전지와 표시장치에서, 중공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반도체 장비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며, 「핵심 인력의 이직을 넘어 설계도가 함께 유출되거나 장비 자체가 통째로 복제되는 등 수법도 대범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장비째 복제되는 수법을 두고 정상적인 경영이라 할 말은 아니다.

사람을 움직인 것은 값이었다. 반도체 화학적·기계적 연마 공정 기술 유출 사건에 연루된 이에게는 세전 약 삼억 팔천만 원의 연봉과 지분 일 할, 사장 직함이 제시되었고, 다른 이에게는 실수령액 이억 오천만 원 이상에 지분 오 푼, 부사장급 직함이 조건으로 붙었다. 또 다른 기술자는 계약 연봉이 약 칠천오십칠만 원에서 중공으로 옮긴 첫해 약 삼억 이천만 원으로 사 점 오 배 뛰어올랐다. 주고받는 과정은 은밀하였다. 세정장비 기술 유출의 한 사건에서 관계자들은 「사양 전자우편 준 다음부터는 위책즉시교신망으로만. 민감한 것은 전자우편으로 하지 말고」라고 말하였으며, 다른 사건에서는 「전산기를 조선에 두고 빈 몸으로 가서 거기에서 자료를 받아 내리자」고 의논하였다. 민감한 것을 전자우편에 남기지 말라는 그 당부가, 주고받음이 은닉이었음을 드러낸다.

위대 3년 (서력기원 2019년) 전신월, 선경기억반도체제작소의 반도체 협력사인 무진전자기기제조회사 직원 한 명은 양말 속에 소형 저장구를 감춘 채 선경반도체 사업장으로 들어갔다. 가동 중인 세정장비의 입력 화면에서 양산 공정설계도를 찍어 저장구에 담았고, 몰래 빼낸 다른 자료까지 합하여 세정 공정 핵심 제조 설계도 열다섯 건을 모았다. 이렇게 빼낸 선경반도체의 국가핵심기술 자료는 창신반도체 직원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졌다. 무진전자기기는 그 뒤, 선경반도체가 기술 유출을 우려하여 수출에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세정장비 일곱 대, 약 삼백칠십칠억 원어치를 창신반도체에 수출하였다. 설계도를 빼낸 이 직원에게 내린 형은 징역 팔 개월에 집행유예 이 년이었다. 주인이 거절한 수출을 협력사가 기어이 실행하였으니, 문을 닫은 이와 열어 준 이가 달랐다.

이 한 건으로 그친 일도 아니었다. 무진전자기기의 부사장이자 반도체장비사업부 총책임자였던 신모씨는 위대 1년 (서력기원 2017년) 모신월, 창신반도체에 세정장비를 수출한 일을 계기로 중공과 연락하며, 당시 조선 업계의 핵심 인력을 끌어오고 기술 정보를 부정 취득하여 장비 개발에 활용하는 등 범행을 주도하였다. 평리원이 확정한 신모씨의 형은 징역 일 년 육 개월에 그쳤다. 인력을 빼가고 정보를 부정 취득한 주도자에게 확정된 형기가 그러하니, 억제라 하기에는 짧다.

법이 기술의 뒤를 쫓지 못한 구멍도 있었다. 선경반도체의 영상감지반도체 공정용 혼성접합 기술 유출 사건에서, 위대 6년 개화월 한성부 고등법원은 해당 기술이 범행 당시 조선 정부가 지정한 첨단기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혼성접합은 업계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건만, 재판소가 조선 정부 고시의 적용 범위를 업계의 기술적 인식보다 좁게 해석하면서 형사처벌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 회사 안의 방비 또한 허술하였다. 고체상태기억장치의 핵심 기능을 맡는 제어기 사건에서 한 직원은 기술 자료를 개인 전자게시판에 이백팔십구 차례 게시한 뒤에야 적발되었는데, 그 이틀 뒤에는 보안 자료를 사무실 화면에 띄워 놓고 관련 정보를 능금 휴대전산판에 직접 입력하여 반출하였다. 선경반도체의 혼성접합 사건에서도 소형 저장구 같은 장치는 막아 두었으나, 자료 화면을 찍어 정보를 빼내는 일에는 제한이 없었다. 막아 둔 장치 밖으로 정보가 빠져나갈 길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

정치와 업계에서 처벌을 무겁게 하자는 말은 나왔으나, 아직은 발의와 건의에 그친다. 조선 공동민주당 소속 중추원 의원 박균택은 위대 6년 존엄월 이십사일, 개인에게 최대 일백억 원, 법인에는 최대 이백억 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 등을 담은 산업스파이 가중처벌 특별법안을 발의하였고, 조선 민력당 소속 중추원 의원 고동진은 같은 달 삼십일일, 외국 기업과 국가핵심기술을 간첩죄 적용 대상에 더하고 법정형을 십 년 이상 징역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조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전자기기, 선경반도체, 현대자동차제조회사, 한화해양조선회사 등 주요 기업과 특별대책반을 꾸려 조선 정부와 정치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였다. 한국경총 상근부회장 이동근은 「기술을 빼돌리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을 확립하려면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며 「범죄수익의 몰수와 추징으로,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도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설계도를 빼낸 직원에게 내린 형이 징역 팔 개월에 집행유예 이 년에 그치고, 주인이 거절한 장비 수출은 이루어진 판에, 중공 정권은 공평하고 차별 없는 경영 환경을 내놓으라 한다. 그 요구는 교섭이 아니라, 이미 빼돌린 기술 위에 얹은 변명이다.

이상, 경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