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십이일, 경성 여의도 조선 중추원 잔디광장. 시설과 원림반 소속 기한부 노동자 이해춘이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나이는 육십사 세. 작금 비가 자주 내리지 아니하여, 한 변이 이십 미터인 정사각형에도 이십 분에서 삼십 분가량은 물을 주어야 한다. 겉에만 물을 주면 땅에 스며들기 전에 증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해춘은 「잔디를 한 달에 한 번쯤 삼 센티미터에서 오 센티미터 길이로 고르게 깎는다」며 「유람객들이 깔끔하다고 말하여 주는 것을 들으면 긍지가 생긴다」고 하였다.

중추원 잔디광장과 본관 앞 소나무 군락, 야생화 화단을 아름답게 가꾸는 이들이 있다. 허리에 작업 방석을 차고, 챙이 넓은 모자에 천을 달아 목까지 가린 채 일한다. 장갑과 작업화를 신고 곳곳을 돌며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는다. 이날 만난 손춘예도 같은 반의 기한부 노동자로, 나이는 예순여섯이다. 두 사람은 「입법의 일을 간접으로 돕는다고 생각한다」며 「좌우가 나뉘어 정쟁하다가도, 잘 관리된 꽃과 나무를 보면서 화합을 생각하여 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중추원 전체 면적은 삼십삼만삼천칠백오십 평방미터요, 그 가운데 원림이 필요한 면적은 약 십오만삼천여 평방미터이다. 식물은 백삼십여 종, 십팔만구천여 주가 자라고 있다. 잔디광장의 잔디와 가장자리의 기념 식수, 본관으로 드는 길의 쟁반 모양 소나무 반송, 갖은 행사가 열리는 사랑재까지, 주요한 곳 모두를 현장 인부 이십칠 명이 실지로 관리하고 있다.

기한부 인부의 다수는 전신월부터 제십월까지 일한다. 전신월에 첫 출근을 하면 겨울나기를 위하여 입혀 둔 피복을 나무에서 벗기고, 막 자라기 시작하는 맥문동을 자른다. 지난겨울에 미처 걷지 못한 낙엽도 정리한다. 개화월과 모신월부터는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나무의 모양과 생육을 헤아려 가지를 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에 비가 오면, 정리하고 돌아보면 다시 잡초가 많이 자라 있을 정도로 일이 많다. 이날 잔디광장 곁 야생화 화단에서 낫을 들고 쑥부쟁이 옆 잡초를 베던 손춘예는 「중추원 곳곳을 돌아가며 풀을 베려면 열흘에 한 번꼴로 할 수밖에 없다」며 「여름에 비가 자주 오면 풀도 금세 허리 높이로 자라, 언제나 사람이 모자란다」고 하였다.

가을이 되면 은행이 떨어져 보도가 더러워질까 하여 은행 수집 장치를 설치한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면 잡초의 자람도 더디어진다. 그러면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낙엽을 정리하고, 나무들이 겨울을 나게 할 피복을 다시 입히면 한 해가 끝난다. 이해춘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잔디가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고 잡초도 덜 자라기 시작한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 화분에는 꽃양배추를 심기도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기후의 위기로 여름이 더워지면서, 식물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여름은 고비가 되었다. 손춘예는 「이번 여름은 참으로 더워서, 물을 아무리 주어도 금세 마르는 것 같았다」며 「물을 주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였다. 이해춘은 「여름은 덥고 일도 많아서 겨울보다 더 힘들다」면서도 「폭염 특보가 나오면 야외 일을 멈추므로, 지난날보다는 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였다.

중추원이라는 상징의 곳에서 원림을 맡는 것은 이들에게 큰 자부이다. 손춘예는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 이것은 어미가 다 맨 것이라고 자랑한 적도 있다」며 「조선 통령이 중추원을 찾은 것도 두세 번 보았는데, 어디에 가서 이런 것을 보겠느냐」고 하였다. 이해춘은 「시들시들해진 나무를 집중하여 관리하였을 때 활기를 되찾는 것을 보면, 새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기쁨이 있다」며 「아침에 출근하며 중추원 의사당과 잘 정리된 잔디를 보면, 내가 관리하고 있다는 만족이 크다」고 밝혔다.

이해춘은 중추원에 「정쟁이 일어나는 가운데에도 잘 가꾼 환경을 보면서 평화롭고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와 상관없이, 나라가 잘되는 방향으로 일하여 달라」고 청하였다. 손춘예는 「기한부 노동자는 점심값이 나오지 아니하여, 돈을 주고 식권을 사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며 「중추원에 이 점을 좀 부탁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이상, 경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