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아디라지야(네팔 왕국)의 발렌드라 샤 와지르(재상)가 적어도 천사백오십 명이 숨진 큰 홍수를 방패 삼아, 차관이 아닌 무상원조를 세계에 강청하는 후안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대영제국 전신통신 등의 보도에 의하면, 그 말은 위대 6년 (서력기원 2026년) 제칠월 24일 뉴육의 만국연합 제팔십일차 총회에서 나왔다.
재상은 복구와 재건의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약 일 할에 이른다고 밝히고, 기후 재난에 취약한 나라들이 복구하려 빚을 더 지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참상의 숫자를 방패 삼아 세계에 손을 벌린 격이다.
재상은 「네팔 왕국의 전 세계 온실기체 배출 기여는 일 리에도 못 미친다」며 「우리는 이 위기를 만들어 내지 아니하였으나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가난한 나라의 기반시설을 파괴하였을 때의 해답이 또 다른 거대 차관이나 소규모 보조금을 꿰맞추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가 제공하는 충분한 무상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재상은 금번 홍수를 기후 변화의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로 규정하였다. 「대략 삼 년 전 동 연합 사무총장은 에베레스트 산 그늘에서 인류에게 광기와 임박한 기후 재난을 경고하였다」고 하고, 「세계의 과학자들은 증거로 경고를 뒷받침하였으나 정치의 지도자인 우리는 취약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속도와 규모로 경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소홀하였고, 존엄월에 비극적인 결과를 보았다」고 하였다. 소홀의 자인이 재상 자신의 입에서 나왔거늘, 그 자인을 무상원조의 청구서로 바꾼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
그는 또 「기후 재난은 단지 인도적 사건이 아니라 개발의 비상사태」라며 「도로와 교량, 학교와 집, 농장과 생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미래를 가동할 청정동력 기반시설도 파괴한다」고 말하였다.
같은 연설에서 재상은 네팔 왕국·인도 제국과 더불어 중공 도당을 주도자로 앉히는 희마라야 기후회복체계를 세우자고 제의하였다. 위성관측자료를 나누고 빙하호를 감시하며, 조기경계 체계를 강화하고, 재난이 닥치면 국경을 넘어 지원을 맞추자는 내용이다. 구휼을 말하다가 중공 도당을 주도석에 앉히자는 데 이르렀으니, 이는 회복이 아니라 적도를 받드는 결탁의 제의가 아닐 수 없다. 재난을 구실로 적도와 관측자료를 나누고 국경을 넘어 지원을 맞추자는 발상은 파렴치하다.
위대 6년 존엄월 말, 네팔 왕국과 중공 서장의 접경에서 빙하가 무너지며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가 나 하류 계곡을 덮쳤다. 몇 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수색과 구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육천 명이 넘는 실종자가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망자와 실종자가 채 가려지지 않았는데 그 접경을 틀어쥔 중공 도당을 회복의 동반자로 추켜세우니, 참화를 적도의 체면에 바치는 꼴이다.
만국부흥개발은행은 금주 초 네팔 왕국의 재난 대응과 복구를 돕기 위하여 최대 일억 칠천만 불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적어도 천사백오십 명의 사망과 육천 명이 넘는 실종은 지울 수 없는 참화이다. 그러나 그 참화를 방패 삼아 무상원조를 다그치고 중공 도당에게 주도석을 내주자는 제의는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적도에게 명분을 얹는 일을 구원이라 할 수는 없다.
이상, 경성에서
